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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3 공연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커뮤니티’

공연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커뮤니티’

공연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커뮤니티’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7-08-23 14:08 | 최종수정 2007-08-23 14:26 기사원문보기

단체할인 찾아다니다 마니아로 성장…공연의 든든한 후원세력


리뷰 한줄이 흥행 결정…기획사등 직접 커뮤니티 만들어 관리


일부선 관람분위기 주도ㆍ좌석배치ㆍ캐스팅 관여등 폐단도


“아, 안 만나려고 했는데 오늘 또 만났네. 어제도 동호회에서 서울시향 브람스 시리즈 단관(단체관람)하는 바람에 만났는데.(웃음)” (정궁.35)
“어제 공연 좋았죠? 연주가 끝난 다음에 지휘자 정명훈 씨가 협연자인 김선욱 씨를 바라보며 감싸 안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제 가슴까지 뭉클했어요.”(서소희.28)
“10월 공연은 예매해놓은 건만 벌써 6개예요. 진짜 기대되네.”(차재운.34)
“하긴 우리는 1년 전부터 내년에 어떤 공연 볼지 계획 짜는 사람들이니까.(웃음) 무슨 공연을 할지 어떻게 미리 아느냐고요? 웬만한 아티스트 스케줄은 다 꿰고 있다니까요.”(우현경.28)
공연이 없는 월요일 오후 7시. 퇴근길에 역삼동의 한 커피숍에 모인 4명의 남녀는 쉴 새 없이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었다. 이들은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클럽발코니(Club Balcony)’ 회원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나이인 이들은 직장생활을 제외한 삶의 대부분을 공연 즐기는 데 맞출 정도로 열성적이다. 한 달에 최소 5~6회 이상, 거의 매주 거르지 않고 공연장을 찾는다. 공연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관람후기를 주고받거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게 가장 중요한 낙이다.
서소희 씨는 “‘공연 보는데 돈을 펑펑 쓰는 걸 보니 부르주아인가보다’며 삐딱하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옷 한벌 맘대로 못 사고 군것질조차 참는 속사정은 모를 것”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회원 간의 감성적인 접촉이나 단체관람 할인 등 커뮤니티 활동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수록 공연 자체에 대한 애착이나 관심도 더욱 강해진다고 했다.
한편 열성 회원을 보유 여부는 매표와 직결,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기획사는 ‘특별 관리’에 나서고 있다. 단체 할인은 기본. 팬사인회 등 유명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초청할 아티스트를 추천받기도 한다.

▶커뮤니티 거쳐 마니아에서 서포터즈로…


공연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는 이들이 처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체관람 할인이나 공연에 대한 기본 정보 공유. 클래식이나 발레 공연의 경우 10인 이상이 모여 단체관람을 신청하면 10~20% 할인받을 수 있고, 공연장이나 기획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유료회원인 경우 20~30%의 할인을 받는다.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20인 이상 관람을 신청했을 때 대규모 작품의 경우 10%, 중소 규모 작품은 20% 할인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공연 커뮤니티를 통해 마니아 관객이 늘고, 고정 관람객이 확보되는 것은 공연 주최자 입장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이다. ‘커뮤니티를 빼면 공연계는 시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 팬 커뮤니티 ‘SPO friends’의 480여명 회원은 평소 공연 때마다 100석 이상 단체관람을 신청해 서울시향이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데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향 홍보마케팅팀의 백지혜 씨는 “일정 관객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흥행에 연연해하지 않고 실험적인 레퍼토리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3만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한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경우 전체 매표의 약 50%가 자체 커뮤니티인 ‘클럽 발코니’를 통해 이뤄질 만큼 그 위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지난 4일 한국 초연으로 막을 올린 뮤지컬 ‘펌프보이즈’의 경우 국내에 작품에 대한 정보가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가, 조승우와 같은 톱스타급이 출연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객석의 약 70% 이상이 커뮤니티 단체관람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개막일부터 만원 사례를 이뤘다. 제작사인 쇼노트의 이가영 과장은 “대중성에 기반한 뮤지컬은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해야 끝까지 상승세를 타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별도의 단체관람 이벤트를 여는 등 ‘관리’하는 게 사실”이라며 “자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정식 티켓 오픈하기 1시간 전에 회원들에게 선예매권을 줘 좋은 자리를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커뮤니티를 통해 육성된 ‘공연 폐인’들은 자발적인 ‘홍보맨’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공연 커뮤니티나 티켓예매 사이트에 이들이 올리는 공연평이나 댓글 한줄은 잠재관객의 매표 여부와 직결된다. 때문에 특정 공연이나 공연단체에 호의적인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서포터즈다.

▶커뮤니티 없으면 못 살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공연장에서 자체 유료회원을 모집해 관리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요즘에는 공연단체나 기획사에서 전략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5월 국립오페라단이 알반 베르크의 현대 오페라 ‘보체크’를 공연하면서, 홍보용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보체크 파파라치’ 모임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명의 대표 파파라치는 자신들이 찍은 UCC동영상과 공연 뒷이야기를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초 막을 올린 창작뮤지컬 ‘댄싱섀도우’는 공연을 위한 커뮤니티를 개설한 경우다. 기획사 신시뮤지컬컴퍼니는 해당 공연을 위한 서포터즈를 공개모집하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해줬다. 약 1000명 정도의 서포터즈는 무료관람 및 할인, 기념품 선물 혜택 등을 받은 대신 ‘댄싱섀도우 바탕화면 깔기’ ‘사무실 책상 위에 홍보용 소품 올려 놓기’ 등 자그마한 과제를 수행하며 홍보대사로 활약했다. 해당 기획사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일정액 이상의 티켓을 구입한 이들에게 ‘신시뮤지컬컴퍼니 사람들’이라는 뜻의 ‘신시안’ 호칭을 부여해 소속감을 주고 무료 관람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크레디아는 커뮤니티 회원 혜택을 늘리기 위해, 타 공연기획사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자사 기획 공연이 클래식이나 재즈 쪽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뮤지컬 제작사들과 계약을 하고 뮤지컬 예매 할인 이벤트를 도입했다.

▶관객 집단화, 세력화의 폐단도


이처럼 커뮤니티가 공연시장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성장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만 낳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힘 센 커뮤니티가 공연분위기를 망치거나 기획사와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한다.
클래식이나 무용, 연극 커뮤니티의 경우 아직까지 긍정적인 영향력이 크지만, 대중성이 강하고 스타 마케팅이 주요한 뮤지컬의 경우는 좀 다르다. 뮤지컬 헤드윅, 쓰릴미 팬클럽 등 공연계 팬덤현상을 주도하는 일부 커뮤니티 회원은 대중가수 콘서트에서처럼 플래카드를 공연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할 때, 극의 흐름을 깰 만큼의 집단적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단체 관객이 주도하는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개인 관객이 관람을 방해받는 경우도 많다.
또 지나친 커뮤니티 단체관람 우대 때문에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는 관객이 상대적으로 매표나 좌석 위치 배정에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톱스타급의 배우가 출연하는 몇몇 뮤지컬의 경우 특정 커뮤니티 회원들의 집단 예매 때문에, 일반 관객의 티켓 구매가 거의 불가능한 것은 물론 공연장 분위기는 팬미팅 수준이었다.
한술 더 떠 캐스팅이나 공연 일정에까지 관여하기도 한다. 2005년 공연한 뮤지컬 ‘아이다’의 경우, 오디션을 앞두고 팬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조승우 라다메스 추진위원회’가 조직돼 조승우를 라다메스 역으로 선정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기획사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조승우는 오디션에 응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문화저변 확대, 시장 활성화 등 공연 커뮤니티의 순기능도 큰 만큼 균형을 깨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 윈-윈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som@heralmdm.com)
사진 = 배선지 기자(sunji@heraldm.com)

김소민 기자(som@heralmdm.com) 사진 = 배선지 기자(sunj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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